2022년을 맞이해서 달력 대신 일력을 구매했다. 매일 한 장 씩 뜯어가면서 그 뒤에 간단한 메모를 남기는게 재밌어 보여서 1년 후에 그 글들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부터였다. 지난 10일간 일력을 뜯어내면서 매일 새로운 사진들을 볼 때면 소소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일력을 뜯어내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끼다니. 백수라는 건 정말 소소한 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매일 성취하고 싶다. 뭔가를 해냈다고 말하면서 내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것일까. 그냥 존재만으로 가치있다는 종교적 이념이 내 안에 있지만 스스로 그대로 사랑하기란 쉽지 않은 영역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도태처럼 느껴진다. 도태되고 있는 나를 사랑하는 것. 그건 정말 어려운 영역이다. 그래서 백수가 된 후로 나는 뭔가 계속 해내고 싶다. 고장난 채로 방치되고 있던 것들을 고치고, 미뤄왔던 숙제같은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려고 아등바등한다. 

중3 때에도 다이어리에 적혔던 버킷리스트들. 영어공부, 수영, 기타반주배우기 등의 것들을 이 백수기간에 이룰 수 있을까. 생각은 많고,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 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 매일. 지난 시간동안의 나의 경력과 전공들이 남의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좌절감, 도태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일력을 뜯는다. 

작심삼일을 세 번쯤 보내고 나니 첫 주가 지나갔다. 새해맞이 계획에 일기쓰기, 운동하기, 책 읽기 등 목표를 세웠었는데 중간에 한 번 씩 빼먹었지만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다. 반복되는 매일이 새롭지도 않은데, 이렇게 성실하게 백수를 보내고 있다니. 내 자신이 너무 과한 것 같다.

내일은 지난 달에 알바한 월급이 들어오는 날이다. 그 돈으로 아이폰 13 미니를 사고 싶었는데, 정신줄 꽉 잡고 참는 중.

갤럭시 워치도 샀는데 아이폰으로 넘어가선 안 돼. 갤럭시 존버하라구! 제주도 가서 핸드폰 뽀개 먹고 액정 간 지 두 달 밖에 안 됐어! 벌써 두 달이나 됐다니,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좀처럼 진도가 안 나간다. 만화방 가서 하루종일 만화 읽기도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데, 조만간 번화가에 나가서 하루종일 만화책이나 읽다가 와야겠다. 

블로그에 매일 글쓰기도 그 중 하나다. 이제는 아무 말이나 적게 되는,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내 글을 보고 너는 도치법을 너무 많이 써 라고 했었는데 블로그를 쓰다보면 그렇다는 걸 알 수 있다.

조금만 쉬고 다시 자소서를 써야되는데 한국말 까먹지 않게 머리에 힘줘야겠다.

 

백수가 되고 100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중간에 알바를 하긴 했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여유가 생기니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회사 다닐 때 취미로 하려고 사둔 아직 반도 못 채운 보석십자수를 하거나 그림일기를 쓰겠다고 샀던 아이패드를 꺼내 주섬주섬 충전을 한다. 1일 1팩을 하겠다고 쟁여뒀던 팩도 아침 저녁으로 한다. 사소하지만 만족도가 높은 일들. 

2022년에 들어와서는 다이어리에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별다른 내용은 없고, 그냥 뭐가 맛있었다. 날씨가 좋았다. 산책을 했다. 낮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 이런 정도의 이야기들이다. 회사를 다닐 때는 그런 사소한 것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백수가 된 후로 계속 불안했다. 쉬긴 쉬어야겠는데, 쉬어도 되는건가. 경력단절 되면 누가 날 써주려나. 이전 직장에서 나에게 매겨졌던 값어치보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그런 걱정들. 바로 취업도 안 할 거면서 맨날 걱정만 많았다. 

이제는 조금 안정기에 들어선 것 같다.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싶은 생각도 들고, 아직은 부모님의 울타리 안이라 걱정도 좀 덜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를 가꾼다는 건 생각보다 사소한 것들을 챙겨주는 것 같다. 사소하지만 귀찮을 수도 있는? 그런 것들. 그래서 조금만 바빠져도 놓치기 쉬운 그런 것들을 채우다 보면 내가 나를 잘 사랑해주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백수는 생각보다 바쁘지만, 그 안에 나를 돌볼 시간이 많다. 어차피 곧 다시 일하게 될텐데 그 때까지 나를 잘 가꿔줘서 나중에 힘든 날이 올 때, 이 날들을 돌아보며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 

 

요즘 내 주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그 드라마, '그해 우리는' 을 보기 시작했다.
보통은 드라마를 볼 때 완결이 난 후에 정주행을 하는 편인데, 유튜브에 알고리즘이 자꾸 떠서 조금씩 보다보니 감질맛이 나서 그냥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겨울인데, 드라마를 보니 지금이 봄 같기도 하고, 여름 같기도 하다. 드라마는 우리에게 그런 걸 선물해줄 수 있는 것 같다. 그 계절을 살아가고 있더라도 다른 계절을 추억해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학창시절,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존재할 첫사랑의 아름다운 추억, 그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함께 웃고, 함께 울기도 하지만 저런 게 삶이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같이 웃고, 같이 우는 거. 그리웠다고, 보고싶었다고 온 몸으로 말하는 것. 드라마 속 연수와 웅이가 너무 부러웠다. 나도 그 시절의 누군가에게 한 번쯤 다시 만나보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웅연수와 비슷한 또래인 내가 이 드라마를 보며 느낀 또 다른 한 가지는, '드라마는 다 미화된거지'. 10년 전 그 사람이 지금의 나를 본다면, 어쩌면 꼴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너 그렇게 살 줄 알았다며 속시원하게 비웃으려나. 

어쨌든, 드라마는 너무 재밌다. 시작하면 후루룩 다 봐 버릴 수 있는 정도로.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레깅스(젝시믹스 블랙라벨 시그니처 380N)와 운동용 상의, 레깅스에 라인이 비치지 않는 이너웨어들, 요가삭스 등을 샀다. 지난 주에는 연말 감사제를 진행하고 있어 긴팔 상의도 2개 더 구매했다. 각 제품별 착용샷은 나중에 필라테스 센터에서 기회가 되면 찍어 올려야겠다. 

사이즈 걱정이 많았는데, 뼈대가 굵고 튼튼한 타입이라 M은 불가할 거 같아서 타이트한 옷들은 모두 L로 샀다. 대체로 옷들이 쫀쫀한 타입이기 때문에 흘러내리거나 하지 않았고, 너무 숨막히지도 않아서 적당하게 잘 산 것 같다! M을 욕심내지 않길 잘 했다는 생각!

젝시믹스 요가삭스
젝시믹스 심리스 세트
젝시믹스 에어센트
젝시믹스 에어센트
젝시믹스 루프 핑거홀 베직티 베이지
젝시믹스 루프 핑거홀 크롭티 화이트
젝시믹스 블랙라벨 시그니처 380N
젝시믹스 블랙라벨 시그니처 380N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말연시만 되면 MBTI가 J로 바뀌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새해맞이 부스터 같은건가.
컴퓨터공학과 학생으로 4년, 개발자로 직업을 삼고 5년동안 주위에 많은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환자들을 봐 왔다. 스스로도 가끔 통증을 느끼고 있었기에 퇴사를 하고 쉬어가기로 결정한 이 시기에 여러 운동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더불어 자세교정도 되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제일 하고 싶은 건, 수영이다. 수영은 겨울에 시작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주위의 충고로 먼저 필라테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수영은 3월에-)

주변에 필라테스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기꺼이 시작하기엔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나에겐 진입 장벽이 높았다. 퇴직금 받은 돈도 있고, 허리 잃고 수술하는 것보다 미리 관리하는 게 저렴하다는 생각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집 주변의 필라테스 센터를 방문해 체험을 했다. 새해 시작하자마자 첫 평일에 첫 체험. 너무 부지런한 거 아닌가. 

체험후기는 아주 재밌었고, 적당히 정적이며, 많은 근육을 섬세하게 케어하는 점이 나랑 잘 맞는 운동이었다. 기본적으로 파워 I 성향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고, 수업속도도 1:1로 나가기 때문에 크게 무리 없이 진행한다는 점이 좋았다. 필라테스에 대해 찾아볼 때 수업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 위해 처음에는 1:1을 시작하라는 글들이 많았었는데 경험해보니 바로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근육을 조이고 풀고 밀어주는 그 모든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들 이래서 한 번 시작하면 꾸준히 하게 되는건가.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2022년 들어서 처음 외출한 거였는데, 이렇게 만족도 높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니. 임인년 호랑이 기운이 나랑 좀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매일.

새해맞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그 중 매년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하나는 독서하기. 독서의 권수만 달라질 뿐 매년 반복되는 버킷리스트다. 올해는 한 달에 한 권을 목표로 잡아봤다. 소박한 것 같지만 작년에 완전히 다 읽어낸 책은 고작 6권 남짓이었던 걸 생각하면 그리 여유있는 숫자는 아니다. 1월 2일이니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매년 나에게 큰 응원이 된다.

첫 번째 책으로 고른 건, '생각을 생각한다' 이재훈 목사님의 저서이다. 193페이지로 목차를 보면 23개의 소제목들이 있다. 2부에 나눠진 이 책은 한 챕터가 길지 않아 책을 손에 잡기만 하면 금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첫 서적으로 종교서적을 고른 이유가 있을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독서를 할 때 자기계발서, 소설, 경제관련 서적을 위주로 읽어왔다. 세상에 대해 궁금했었나. 남들보다 뒤쳐지고 싶지 않았나. 남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다른 이들의 30대는 어떤지가 궁금했던 것 같다. 2022년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종교에 대한 근육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30대이니 곧 집사님이 되고, 나이를 먹고 믿음을 잘 지키고 교회생활을 열심히 한다면 권사님이 되겠지. 개인의 신앙을 돌아보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세상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라 크리스찬처럼 생각하는 법을 다시 고민해볼 생각이다.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쌓이는 독서가 나를 변화시킨 경험은 종종 있었으므로 독서의 힘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2022년 얼마만의 백수로서의 새해맞이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퇴사를 하고 연말을 휴식 속에서 즐기며 보냈다. 
여유가 있으니 생각도 많아져서 오랜만에 새해계획도 미리 작성해볼 수 있었다.

1. 책 12권 이상 일기
2. 넷플릭스 보고, 미디어리뷰 기록하기
3. 수영 배우기
4. 해금 배우기
  - 이전에 배웠었는데 선생님이 쉬시기로 해서 같이 쉬면서 멈추게 됐다. 다시 시작하기.
5. 클라이밍 센터에서 클라이밍 레슨 받아보기
6. 원데이클래스 3개 이상 체험해보기
  - 커피 클래스, 꽃꽂이 클래스, 도예 클래스 해보고 싶다.
7. 부산(외가) & 서울(친가) 다녀오기
8. 증명사진 찍기 - 여권갱신용
9. 영어회화, 전화영어 시작하기
10. 전공 관련 자격증 2개 이상 취득하기
11. 필라테스 시작하기

이외에도 일기 쓰기, 말씀 묵상하기, 여행 가기 등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 갈 수 있을까ㅠ

 

2022년 새로운 시작이 좋다~
우리 모두 2022년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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