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 해돋이를 보러 동해바다로 갔다. 2019년은 뭔가 낭만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는 한 해였다. '꾸역꾸역'이라는 단어가 어울렸던 한 해. 흘려보내고 나니 2020년이 왔다. 2020년은 어떤 한 해가 될까? 걱정도 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2019년의 고민들이 내 안에 남아있지만 새 해가 시작된 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산뜻한 시작을 위해 해돋이를 보러 다녀왔다.

 

 산뜻한 시작을 하려 했는데, 가는 길에 보게 된 인터넷 기사에서는 날씨가 좋지 않아 2020년 1월 1일 해돋이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출을 보러 가는 차 안에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걱정과 고민이 가득했다. 해가 뜨는 걸 보러 달려가는데 해를 보지 못하면 어쩌지? 너무 추우면 어떻게 하지? 비라도 오면 어쩌지? 걱정해도 달라지지 않지만 걱정은 끊이지 않았다. 그대로 달려 동해에 도착하고, 동해에서도 주차난으로 고생하다 겨우 닿은 바다는 이미 일출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서둘러 도착한 방파제에서는 수평선 위로 구름이 가득 깔려있어 동해까지 온 것이 괜한 걸음이었나 생각했다. 그럼에도 일출시간을 지나야 다시 서울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 보든 못 보든 왔으니까 끝을 보자. 못 보면 못 보는 데로 보면 보는 데로 의미 있는 한 해의 시작이다.

 

 그렇게 7시 43분을 기다렸다. 일출 시간이 되고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모든 걱정들은 의미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서 있는 방파제 정면으로 해가 뜨기 시작하는데 좌우로 깔려있는 구름들이 장관을 이뤄냈다. 주차난으로 밀려들어온 방파제가 이런 명당이었다니! 너무 멋진 장관, 30년 인생에 이런 일출은 처음이라 심장이 다급 해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이 쏟아져오는 시간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걱정을 해도, 하지 않았어도 동일했을 결과에 나는 왜 그렇게 힘을 뺐던 걸까.' 2020년 시작하며 멋진 해돋이를 볼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어떤 이는 일출 보기로 올해 운을 다 끌어 썼다 생각할 수 있고, 어떤 이는 완벽한 해돋이를 봤으니 올해는 운수 대통할 거라 기대할 수도 있다. 

 

 사람 사는 일이 다 마음먹기 나름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나에겐 너무 멋진 1월 1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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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갑작스레 휴가를 받았다. 계속 몰아치는 업무로 가지 못했던 휴가를 12월이 되어서야 받게 된 것이다. 가깝게 일본이나, 동해바다라도 다녀올까 생각했지만 주말을 낀 휴가는 선뜻 여행에 오르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울에 15년 넘게 살다가 인천으로 이사를 온 지 이제 갓 1년이 넘었다. 지난 1년은 내내 직장인이라 조금의 여유도 없이 허덕이며 새벽길, 밤길을 오갔던 것이 생각나 이번 휴가는 동네 여행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근처에 그럴 듯한 동네 커피숍 하나 가지고 있지 않으니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정처없이 시작된 발걸음은 세계과자점을 향하고, 우체국에 방문해 크리스마스 씰에 대해 물어보고, 동네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게 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돌아다니다보니 이 동네에 초등학교가 참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진에 담긴 초등학교는 그 날 내가 마주친 3번째 초등학교였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모레 장난을 하고, 구령대에선 배구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후 1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으니 1, 2학년 아이들은 하교를 했으려나. 생각하며 그 학교를 지나는데 사진처럼 알록달록 하게 칠해진 예쁜 건물을 보며 지난 20년이 무상했다. 아직, 이렇게나 재미나게 지내는 초딩들이 있다니. 너무 부럽다. 나도 초딩처럼 흙장난 하면서 배구공 하나 가지고 4명이 모여 꺄르르 거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막연히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그런 날이 오지 않겠지. 앞으로 도통 꺄르르 거릴 날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추운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흙장난을 하는 날은 없을 것 같아서. 이 휴가 기간 여유롭게 그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너무나 새로운 발견 같아서. 좋았다.







두 사진, [고추 먹고, BAAM] + 20180921.금



오랜만입니다. 가을입니다.

지난 두 달 너무 바쁜 회사 생활에 첫 사진에 올렸던 무기력증은 온데간데 없고,  사진을 취미로 자리잡게 할 시간도 모두 지나가 버렸습니다.

내일이면, 추석 연휴를 맞이합니다. 어머니는 집에서 기름 냄새를 풍기며 전과 다양한 음식들을 만드시고, 저는 오늘 조기퇴근을 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지금과는 다른 곳에서 근무하느라 추석의 여유도 누리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조기 퇴근을 허락하신 대표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 해가 지지 않은 그 시각, 

어쩌면 중학생의 하교보다 빠른 퇴근일 수도 있겠다는 기쁨이 제 안을 가득 채웁니다.

세상이 너무 아름답덥니다.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기 전, 어머니가 가꾸시는 화단으로 갔습니다. 

여름이 시작될 때는 깻잎, 상추, 가지, 푸른 고추들이 가득하던 돌밭에 이제는 푸르른 잎들이 무성하고,

가을 색감이 바짝 든 작은 고추가 달려있습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던 어린 시절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빨간맛, 궁금해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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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진, [외로움] + 20180707.토



요즘따라 너무 더워지는 날씨에 삶의 전반에 무기력함이 불쑥 고개를 내미는 것 같아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월, 갑작스런 2번의 해외 방문을 위해 구매했던 DSLR 카메라를 꺼내 뒷산에 올랐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돌아보니 여러 색의 예쁜 꽃들이 싱그럽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조그마니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하늘이 맑고 예뻐 날을 잘 만났던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드렸더니 이 사진을 보시곤 "'외로움'이다." 하셨습니다.

살면서 많은 사진을 찍어왔고 그 사진에 대한 감성을 바탕으로 여러 게시글을 써봤지만

이렇게 사진만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라 어리벙벙합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정리하다가 이전의 게시물들이 너무 어둡고 외로운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분위기로 전환했습니다.

이 사진을 시작으로 이제 밝은 느낌의 외로움을 표현해보면 좋겠다는 다짐입니다.


앞으로는 외롭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은 지난 날의 숱한, 져버린 다짐들과 다를 바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외롭지 않으려 노력하지 말고, 철저히 외로워하다 이 감정에 한동안 질려버리는 편이 빠르지 않겠습니까?



이제 오는 주면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입니다. 오늘 정말 날을 잘 골라서 첫 출사(?)를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고, 

다음 주에 비가 오면 지난 주에 구매한 레그넷 우산* 을 사용해보고 후기를 남기겠습니다.

(*거꾸로 우산이라고 불리며 안과 밖이 기존의 우산과 달리 거꾸로 접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담 : 첫 여름 휴가 계획도 야무지게 세워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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