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갑작스레 휴가를 받았다. 계속 몰아치는 업무로 가지 못했던 휴가를 12월이 되어서야 받게 된 것이다. 가깝게 일본이나, 동해바다라도 다녀올까 생각했지만 주말을 낀 휴가는 선뜻 여행에 오르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울에 15년 넘게 살다가 인천으로 이사를 온 지 이제 갓 1년이 넘었다. 지난 1년은 내내 직장인이라 조금의 여유도 없이 허덕이며 새벽길, 밤길을 오갔던 것이 생각나 이번 휴가는 동네 여행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근처에 그럴 듯한 동네 커피숍 하나 가지고 있지 않으니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정처없이 시작된 발걸음은 세계과자점을 향하고, 우체국에 방문해 크리스마스 씰에 대해 물어보고, 동네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게 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돌아다니다보니 이 동네에 초등학교가 참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진에 담긴 초등학교는 그 날 내가 마주친 3번째 초등학교였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모레 장난을 하고, 구령대에선 배구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후 1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으니 1, 2학년 아이들은 하교를 했으려나. 생각하며 그 학교를 지나는데 사진처럼 알록달록 하게 칠해진 예쁜 건물을 보며 지난 20년이 무상했다. 아직, 이렇게나 재미나게 지내는 초딩들이 있다니. 너무 부럽다. 나도 초딩처럼 흙장난 하면서 배구공 하나 가지고 4명이 모여 꺄르르 거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막연히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그런 날이 오지 않겠지. 앞으로 도통 꺄르르 거릴 날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추운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흙장난을 하는 날은 없을 것 같아서. 이 휴가 기간 여유롭게 그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너무나 새로운 발견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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