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후감] 인어공주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영화 '인어공주'의 오프닝 부분을 소개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평소 전도연, 박해일의 영화를 찾아 보는 편은 아니라 주의깊게 보지 않았는데 고두심 배우님이 나오는 부분을 보다보니

이 영화에 흥미가 생겨 왓챠플레이를 통해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극중 나영(전도연)은 자신의 부모의 현실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 벅찬, 딸이지만 가장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20대 여성의 나로써는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간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착하고 인정많은 아버지로 인해 부서지고, 그냥 남들처럼만 살아보고 싶은 마음. 그렇다고 너무 착해 욕할 수도 없는 아버지의 모습과 매일 안달복달하는 엄마의 모습 사이에서 자신 또한 이 모든 상황이 너무 벅차지만 살아있기에 매일을 살아내야하는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여러 사건을 통해 엄마가 자신(나영)보다 어렸던 시절로 돌아가 엄마의 인생에 아빠가 얼마나 의미있는 존재였고, 서로를 귀하게 여김으로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인지 알게 되면서 두 전도연이 오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작품이 이렇다 말하기 어려운 것은, 이성보다 감성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훨씬 크기 때문일 것. 해녀로 바다를 헤엄치는 전도연의 2004년의 모습이 정말 예뻐보여 해녀가 되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인어공주는 전도연이 연기하고 있지만 마음 속에서 고두심이 진짜 인어공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고두심은 목욕탕에서 일하는 아줌마로 나오지만 물을 떠나지 못하고 평생을 물 근처를 배회하는 인어공주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영화 중 전도연이 내 삶은 현실 뿐이라고 이야기할 때 나의 요즘을 돌아보게 되었다. 영화후감을 쓰다가도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걸 보면 좋은 영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이지 않나. '




[영화와는 별개의 내용입니다.]

28살, 직장인. 사회초년생. 사무직. 이런 것들로 나를 표현하는 요즘. 그 흔한 인스타 감성의 게시글을 올리기가 어려워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고 낭만? 예쁨? 꿈? 이런 것보다 CMA통장, 예금, 적금, 1년에 3000만원 모으기 이런 일들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아주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26살 어느날, 어렴풋이 아 더이상 나는 내가 언제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말 어른이 되었나보다 했었는데. 꿈을 잃고 현실만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니 속이 쓰리다. 그리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이모랑 여행가고 싶은 적 없었어? 엄마는 그런 건 생각할 틈이 없었다고 했다. 나는 맨날 언니랑 호캉스 갈 생각만 하고 사는데, 엄마에게 정말 미안했다. 아쉽다. 쓰리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데 내 인생, 우리 가족의 인생은 너무 가깝다. 하지만 우리의 것이라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알차지지 않는 것이 또한 아리다. 어린 날에는 글 쓰는 것이 꿈이었다. 적어 내기만 하면 상을 받으니 글 쓰는 것만큼 재미난 일이 없었다. 꿈도 많고 해보고 싶은 일도 많았다. 이렇게 나는 적절할 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고두심이 되려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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