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돌아볼 정신없이, 서른하나를 맞이했다. 서른의 연말은 송년회도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업무가 쏟아져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서른하나, 나의 서른은 많은 계획이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그 계획들은 모두 무너졌고 그렇게 서른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서른에는 퇴사를 해야지. 서른에는 유럽여행을 다녀와야지. 서른에는 새로운 걸 배워봐야지. 서른에는 차를 사야지.

 그런 계획들 사이에 가능했던 건 차를 사는 일 뿐이었나. 중고차를 하나 구매해 몇번의 드라이브가 나의 우울함을 달래주었다. 

 요즘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고민하지도 않게 되었다. '뉴질랜드에 가서 1년 살아보기' 따위 같은 버킷리스트들은 이제 언제 이룰 수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꿈의 저편이 되어버렸다. 나는 뭐가 하고 싶은걸까.

 살짝의 우울감이 생기면 소비를 하게 된다. 그렇게 사들인 빔프로젝터, 화분, 가습기, 수납장 등등.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방 안을 채워가는 내 모습이 아직 너무도 어리고, 어리석다. 

 지금 가진 직업으로 언제까지 지내게될 지 모르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있는데, 내 미래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중딩 때는 내 미래를 그저 멋지게만 그렸었는데, 지금은 너무 안정적이게만 그리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조금은 폭풍의 눈처럼 여겨지는 매일. 

 퇴근을 준비하며 가볍게 써보는 글에서 나는 내 정신에 대해 조금 알아챌 수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아무도 이 글을 읽지 않는데도 나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주는 시간이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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