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른이 되기 전에
힐쏘는 28세다. 이십팔세. 아름다운 나이.
지난 여름 얻게 된 직장에서는 이제야 상사분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어색한 웃음을 띄울 수 있는 '신입'으로써 약간의 안정기를 맞이했고, 취업이라는 안정기를 넘어 '사회초년생'이라는 타이틀이 나름 뿌듯한 기분을 더해준다.
24살 생일날, 힐쏘는 25세의 생일을 맞이했을 힐쏘에게 엽서를 썼다. (편지도, 카드도 아니고 정말 엽서를 썼다) 그 안에는 아직 취업준비중이던 힐쏘를 향한 응원과 믿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25세의 생일날 힐쏘는 그 엽서를 읽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그는 그 쯤 네팔에서 스폰지밥 인형을 선물받으며, 실내에서도 패딩을 입어야하는, 온돌이 없는 숙소에서 생활은 한지 3개월을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6세 생일에 그 엽서를 읽었고 여전히 취준생이었던 힐쏘는 큰 위로를 얻었었다. 24살의 한치 앞도 모르던 그는 25살의 그가 네팔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최근에 방청소를 하다가 다시 그 엽서를 발견했다. 그리고 다시 30세를 맞이했을 힐쏘에게 편지를 썼다.
그러다가 문득, 30세를 맞이할 힐쏘를 위해 오늘을 잘 살아내야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어린 시절의 힐쏘는 꿈이 많았다. 남들과 비슷하게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했고, 남들과는 다르게 아프리카에 살아보고 싶기도 했다. 요즘은 그렇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이 금요일이길 바라고, 내일은 월요일이 아니길 바라는 직장인이다. 1년동안 차곡차곡 모은 적금이 만기 되면 축배를 들며 치킨을 시키고, 다음 여행지르 위해 항공권을 끊는다. 날이 좋아지면 한강에 나가 드론을 날리고 싶고, 40세 쯤 되었을 때 2차 전직할 생각에 막연히 눈 앞이 감감해지기도 한다. 생각은 부유한다. 뇌 속에서 두둥실 떠다니다가 비누방울처럼 사르륵 푱- 사라진다.
텍스트가 가지는 힘은 나에게 한 번 더 인지시켜주고, 작심 삼일을 작심 삼일 반나절로 만들어준다.
서른이 되기 전에, 그 때 그걸 시작할걸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의 젊음을 그리워하기보다 오늘의 젊음 덕에 이런 서른을 맞이하여 너무 즐겁다고 고백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정의하고, 행복해하며, 감사하며 살아가길 소망하며 이 글을 쓴다.
이 글을 다시 보게 될 그 날의 힐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