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년, 일력 뜯기.

퍼플벌룬 2022. 1. 10. 21:23

2022년을 맞이해서 달력 대신 일력을 구매했다. 매일 한 장 씩 뜯어가면서 그 뒤에 간단한 메모를 남기는게 재밌어 보여서 1년 후에 그 글들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부터였다. 지난 10일간 일력을 뜯어내면서 매일 새로운 사진들을 볼 때면 소소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일력을 뜯어내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끼다니. 백수라는 건 정말 소소한 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매일 성취하고 싶다. 뭔가를 해냈다고 말하면서 내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것일까. 그냥 존재만으로 가치있다는 종교적 이념이 내 안에 있지만 스스로 그대로 사랑하기란 쉽지 않은 영역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도태처럼 느껴진다. 도태되고 있는 나를 사랑하는 것. 그건 정말 어려운 영역이다. 그래서 백수가 된 후로 나는 뭔가 계속 해내고 싶다. 고장난 채로 방치되고 있던 것들을 고치고, 미뤄왔던 숙제같은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려고 아등바등한다. 

중3 때에도 다이어리에 적혔던 버킷리스트들. 영어공부, 수영, 기타반주배우기 등의 것들을 이 백수기간에 이룰 수 있을까. 생각은 많고,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 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 매일. 지난 시간동안의 나의 경력과 전공들이 남의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좌절감, 도태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일력을 뜯는다.